감상

저스티스 리그 영화 - 문제는 핵심 이야기 구조의 부조화 1

어두운날개 2주 전 추천 3 조회수 210

한참 지난 시점에서 감상이라고 쓰기에 좀 민망한 감이 있습니다만.

보지 않고 있던 것을 이제와서 실제로 봤기 때문에 비로소 할 말이 생겨서 몇자 적어 놓습니다.

이 영화에는 여러가지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솔로 영화가 안나온 상태에서 너무 과하게 캐릭터를 등판 시켰다. 러닝 타임이 너무 짧았다. 유머 코드가 안맞는다.  CG가 과도하게 사용되었다.  캐릭터가 플롯을 따라가기에 바쁘다. 파워 밸런스가 엉망이다. 감독 교체가 독이 되었다. 등등.

전부 다 맞는 말입니다.

물량과 자본을 투입하고, 큰 기대를 걸게 만들었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일 테니까요.

그러지만, 영화를 다 보고 찬찬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많은 이야기 중에 뭐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였을까? 원작 훼손? CG? 솔로 영화의 부재? 러닝 타임? 임원진의 간섭?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핵심 이야기 코드의 부조화 입니다.

이 영화는 크게 두가지 축으로 구성 됩니다. 

  • 저스티스 리그의 결성 -- 엄청난 위험이 닥쳐왔을 때, 개성이 강한 인물들이 모여서 하나의 팀을 이루어 적과 맞서는 이야기
  • 슈퍼맨의 부활 -- 모두의 힘으로도 맞설수 없는 위기에 빠졌을 때, 슈퍼맨이 돌아와서 구원자의 역할을 해주는 이야기 


각각은 모두 재미있을 수 있는 이야기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스티스 리그의 결성 부분만 해도 그렇습니다. 사실 이런 류의 "팀업" 무비의 재미를 위해서 각자의 주인공들의 솔로 영화가 꼭 필요한게 아닙니다. (오션스 11의 주인공들이 각자 영화가 있었던게 아닌거 처럼.) 등장인물들의 개성과 차이점을 보여주고, 그 주인공들이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에는 모여서 협력해서, 불가능할 법한 일을 해내는 과정에서 관객들은 재미를 찾게 됩니다. 

이런 구조는 굉장히 오래되었고, 사람들이 즐기는 이야기의 구조입니다.. 이를테면 아서왕의 원탁의 기사들이 모이는 이야기 라던지. 모모타로가 게랑 원숭이같은 조력자들의 힘을 얻는 이야기 라던지. 삼국지에서 유관장+제갈량으로 형주,익주까지 먹은 다음 한중에서 하후연을 베고 유비가 한중왕에 오르는 부분 같은 거 말입니다. 

두번째 부분인 슈퍼맨의 부활도 재미있을 수 있는 이야기 입니다. 강한 적을 만나서 맞서야 하는게, 승리의 키가 되는 주인공이 부재중인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 레벨이 떨어지는 동료들만 가지고, 막대한 적의 웨이브를 막아내며 주인공이 올 때까지 버텨내야 하는. 그렇게 위기를 막고 마지막 순간에 원군으로 주인공이 등장하여, 막타를 스틸하는(X) 역전승을 이뤄내는 부분(O) 말입니다. 

이 이야기도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즐거움을 주는 구조입니다. 이른바 "오공의 부재" -- 샤이어인 전이나 프리더전에서 오공이 빠져있는 상황이 주는 긴박감 말입니다.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저팔계 때문에 혼나서 일행에서 이탈해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갠달프가 에오마르의 기병대를 찾기 위해 헬름 협곡을 떠나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일리야드에서 아킬레우스가 그리스군에서 나와있는 동안 그의 친구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대역을 하던 상황이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제가 지적하고 싶은 이 영화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아실겁니다. 각각으로 재미있을 수 있는 핵심 이야기의 구조 두 가지를, 한 영화에 붙였는데, 그 구조 두 개는 한 영화에 붙이기에는 서로 근본적으로 상충된다는 겁니다.

영화를 보러 간 관객들은 첫번째 이야기 구조를 볼 것을 기대하고 갔습니다. 뭔가 좀 억지스럽다고 치더라도, 영화의 전반부는 그렇저럭 그 구조대로 흘러갑니다. 무언가 커다란 위협앞에 차례로 소환되는 히어로들과 그들이 뭉친 팀. 

근데 그 팀이 모여서 카타르시스와 성취감을 주어야 하는 순간, 갑자기 이야기가 슈퍼맨의 부활로 이어지면서 이야기의 구조 자체가 흔들려 버립니다. 모처럼 팀을 만들었는데, 몇번 싸우지도 않더니 그냥 포기하고,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슈퍼맨 부활에 올인. 그럴거면 저스티스리그는 왜 만들었는데?라는 불만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그럼 이 영화의 중후반부는 두번째의 이야기 구조를 잘 만들어주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오공의 부재' 상황이 재미있으려면, 오공이 없는 상황에서의 위기의 심각성과 (야무치의 죽음), 오공만 있으면 해볼만 하다는 상황의 인식, 그리고 시간적 제약같은걸 계속 보여줘서 이야기를 준비 해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영화 전반부는 팀업 무비였으니 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래가지고서야 부활한 슈퍼맨이 나중에 적을 무찌르러 가담해줘도, 분위기가 살기는 커녕, 내가 벌서 90분 정도 본 영화의 재미를 스틸해가는 악역 같은 느낌 밖에는 안듭니다. 

아무리 저스티스 리그의 파워 밸런스가 (슈퍼맨) = (나머지 멤버의 합) 정도로 잡혀 있다고 하지만, 그거 자체만 가지고 이야기가 재미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서유기에서 (손오공) > (저팔계)+(사오정)+(용마)지만 이야기가 여전히 재미있고 다른 캐릭터들도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말입니다.

결국 이 영화의 근본적인 문제 구조적이기 때문에 감독판이 나오건, 영화 러닝타임이 3시간으로 늘어난다고 해결될 수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이 이야기 두 개를 전부 하려는 대신 팀업쪽에 집중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긴 합니다. 차라리 슈퍼맨을 처음에 부활시켜 버리고, 그 슈퍼맨도 혼자서는 못한다는 걸 보여준 다음, 팀을 만들었으면 .. 다른 비난 ('지난 영화에서 어이없이 죽여버리더니 10분만에 부활시키냐?`)을 들을 지언정 야이기의 통일성은 이룰 수 있었을 테니까요.

아니면 아예 슈퍼맨 없이 하던지. 팀을 만들어서 스테판의 위협을 분쇄하는데 성공하는 걸 보여주고. 다크 사이드의 본대를 보여준 다음, 이건 슈퍼맨 없이는 어렵겠는걸? 하고 생각하게 만든 다음, 속편에서 슈퍼맨을 합류시키던지 말입니다. 

뭐 제작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서, 어쩔수 업는 선택들을 한것일 수도 있게습니다. 그렇지만 결과물만 봤을때는 여러모로 아쉬운건 사실인것 같습니다. 흥행 결과가 말해주듯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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